
책이든 영화든... 감독이 있고 배우가 있고 이들과 교감이 전혀 없는 평론가라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라지만,
난 이 영화를 7번 넘게 보면서 어쩌면 감독이 혹은 배우가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닌 내 멋대로 영화를 읽어 버리고 말았다.
"사랑은 수채화가 아니라 유화!"

내 나이쯤 되다 보면 사랑 따위(?) 서너번씩은 다 해보게 마련이다... (축복인가?) 첫사랑을 추억해 볼 때, 어떤 사랑보다도 더 설레고 행복했지만... 그 헤어짐의 괴로움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 였다. 그러길 서너번... 사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사랑이란 것을 대하는 내 모습이 첫사랑때와 다름을 느낀다. 만남과 함께 헤어짐을 생각하고 행복의 크기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그 헤어짐의 순간을 잘 넘기기 위해 감정을 속이고 이성이라는 놈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때, 혹시 前 사랑의 잔재를 들킬까 두려워하면서... 어쩌면 사랑은 수채화 처럼 너무 짙지 않고 옅게 가볍게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여주인공이 그리는 유화를 보면서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느낌이랄까... 캔버스 속 맑은
하늘이 이별을 통보 받고 갑자기 어두워졌다 다시 남주인공과 접촉(?)을 통해 급 환해지는 것을 보며 옅고 가볍게... 그렇게 수채화처럼 한답시고 했던 감정의 표현들... 결국은 아무리 덧칠해도 먼저 칠한색이 그대로 보이는 수채화 처럼(의도된 설계라면 아름다웠겠지만) 제대로된 사랑도 제대로된 행복도 얻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달았다. "현실에 충실하라"는 누가 말한지 모른 격언 처럼 유화를 그리듯 그렇게 충실한 감정으로 사랑을 대하지 않으면 결코 내 마지막 인생의 캔버스는 처음 칠한 색과 마지막 칠한 색이 뒤죽박죽 어두워질 (물감은 섞으면 검어지지 않는가...)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고 넘어질때 마다 다시금 두꺼운 물감으로 덧칠해나가야만... 결국 마지막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캔버스를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캔버스의 두께는 시간과 비례하여 두꺼워 지겠지만...